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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주]
 

조작은 사양합니다.” 말하고는 사람 좋게 웃는다. 연구개발팀 박훈 대리다. “인생 뭐 별 거 있나요? 있는 그대로.” 더불어 요청한다. “연구개발팀 사람들한테 화려한 답변을 기대하지 마세요. 프로그래머는 0 1밖에 모르니까.” 서초동 이파피루스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이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인터뷰 전부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깔대기 같다.

 

옆에 앉은 유기완 팀장이 반달 눈을 하고 다독인다. “박 대리, 어떻게 완전 솔직하게 올려.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한테 부끄럽게.” 그리고는 나를 본다. “근데 저희는 정말 수식 못해요. 포장 같은 거.” 인터뷰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뭐냐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말하리라. ‘단답형 서술이라고.

 

이파피루스의 '엔진', 연구개발팀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날 것의 언어로 얘기할 것인가, 굽든 삶든 적당히 요리를 해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음성 녹음 버튼부터 눌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녹취하며 글을 쓰는 지금, 알겠다. 이 팀 사람들, 절대 허튼 얘기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을 초대한 장소는 회사 인근에 있는 <거지닭>. 비틀즈의 존 레논과 V3의 안철수 님에게 평생 거지닭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곳. 어쩐지 연구개발팀 사람들, 이 곳에 모시고 싶었다. 팀 인터뷰 첫 번째 시간. 키치적인, 말하자면 거지 같은분위기의 장소에서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닭을 뜯었다. 닭 울음소리, 스님 목탁소리, 귀신 흐느끼는 소리가 백 그라운드 뮤직으로 깔리고, 테이블 뒤편에 앉은 두 명의 여성은 대머리 가발을 쓴 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직 공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뜰 때까지. “여기 있으니까 우리가 멀쩡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섭외 2주 만에 진행하는 인터뷰. 연구개발팀은 바빴다. 굵직굵직한 업그레이드 이슈와 고객 지원 업무를 소화하느라 쉬이 짬이 나지 않았다. 인터뷰에 연구개발팀 멤버 전원이 모이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타칭연구개발팀에서 가장 재미있는 정영일 대리는 고객 사이트에 나가 있어 참석이 불가능했고, 맡은 바 임무를 항상 묵묵하게 처리해내는 김은영 대리는 인터뷰 시작 전에 걸려 온 고객 요구사항에 응대하느라 인터뷰 시간을 30여 분 남기고서야 자리에 도착했다. 주요 인터뷰이는 연구개발팀 유기완 팀장, 장길호 과장, 박훈 대리, 손아영 사원이었다. 유기완 팀장은 아쉽다고 했다.


인터뷰에 앞서 취지를 설명했다.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이파피루스에 이런 인재들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고. “연구개발팀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여기 계신 분들이 이파피루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일을 하는 분들이라 보기 때문인데요. 블로그라는 매체 특성 상 꾸미는 건 없을 거예요. ‘생생하게 이야기하자는 게 운영 방침이거든요.” 여기저기서 즉각 탄식이 흘러 나온다. “인재라니, 부담스러운데요.” “생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서워요.” “난 할 말이 별로 없는데.” 그 때 박훈 대리가 불쑥 말한다. 조작은 사양합니다.” 일동 웃음. "자, 어쨌거나 인터뷰 시작할게요. 먼저 딱딱한 질문부터."





@ 왼쪽부터 연구개발팀 유기완 팀장, 박훈 대리, 장길호 과장, 손아영 사원, 김은영 대리


방지혜 각자 간단하게 소개 한 말씀씩.

 

손아영 안녕하세요. 손아영입니다. 연구개발팀의 홍일점이자 막내입니다. 스물 여섯. 남자친구 없습니다. (웃음) JAVA를 담당하고 있어요.

 

김성열 JAVA 한다고? JAVA로 말해봐.

장길호
장길호입니다. 올해 9월에 입사했습니다. 서른 넷이고, C 개발자입니다. 바로 전에는 데자뷰테크라는 회사에 있었어요. 입사 전부터 이파피루스와 꾸준히 교류를 맺어왔고요

김성열 그럼 장 과장은 C로 말해봐.

 

박  훈 박훈입니다. 서른 살이고요. 별명은 진상, 특기는 주접입니다. (웃음) , 이건 이파피루스에서만 통하는 거예요. 딴 데에서는 안 먹힙니다. (*주. 그는 전체 회식 때 음주 후 작은(?) 실수로 훈남인데 좀 깨는브랜드를 지니게 됐다.)
 

김은영 김은영입니다. ‘이름만 듣고 여자인 줄 알았다는 얘기, 삼십 이년 째 들어왔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남자 분들이 많잖아요. 입사하기 전까지는 개발자 분들이 환영하다가 제가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숨부터 푹 쉬는 경우가 많아요. 생각하시는 것만큼 조용하지는 않고요. 어색한 분위기에서는 말을 잘 안 해서 그렇지, 여유가 되고 교류할 자리가 마련되면 수다를 잘 떠는 편이예요.

 

유기완 전 아영 씨랑 얼마 차이 안 나는 서른 여섯이고요. (웃음) 대학에서는 항공우주공학과를 전공했어요. C 언어와 컴퓨터그래픽스로 비행기 중심의프로그래밍을 했죠. 무지 어려웠어요. (웃음) 이파피루스에 입사한 지는 1년 갓 넘었어요. 이파피루스는 제 인생에서 두 번째 회사예요. 첫 번째 회사에서 말뚝을 박으려다가, 생각한 바가 있어서 '쑥' 뽑았죠. 전에는 CAD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PCB를 만들기 위한 회로 설계 전용 툴을 개발하는 일을 했어요.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납품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나름대로 보람은 있었지만, 평소에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PDF-Pro>라는 걸출한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큰 마음 먹고 이파피루스에 입사 지원을 하게 됐어요. 지원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에 사소한 버그를 찾아내고 혹시 입사를 하면 내가 이 프로그램을 고치게 될까?’ 생각했는데 정확히 한 달 뒤에 제가 고치고 있더군요.



방지혜
연구개발팀은 무슨 일을 해요?

 

유기완 말 그대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팀이예요. (웃음) 연구 개발의 대상이 PDF. 사실 회사에 들어와서 팀장이 된 후 연구와 개발의 비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개발에 관한 일은 물 밀듯이 밀려 드는데, 연구는 상대적으로 짬이 나지 않아서요. 그러다가 올해 하반기에 연구 좀 해보자는 생각으로 팀 내부에서 세미나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12번 정도 했네요. 연구 분야는 정말 많아요. 우리 제품이나 솔루션이 타사에 비해 어떤 면에서 얼만큼 우월한지, 고객이 어떤 기술에서 가장 가치를 느끼는 지 등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기술 자체에 대한 연구 주제도 참 많죠. 주제를 선정하는 방식은 팀원 각자 나름대로 30개의 주제를 찾아와 200개 정도 취합한 다음, 스스로 연구를 하고 싶은 주제와 회사에서 연구하기 바라는 주제 가운데 선택하는 거예요.

 

박  훈 팀장님은 즐기면서 하라는데, 저희는 즐겨지지가 않아요. (웃음)

 

방지혜 일하면서 특히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예요?

 

박  훈  금요일 저녁이요. (웃음) 사실 입사하자마자 <독도사랑 2011>에 참여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손아영
전 사용자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잘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예요.

 

유기완 일하는 데 있어 보람은 정말 중요한 요소 같아요. 조금 전에 말씀 드렸듯이 저는 8년 가까이 일부 제한된 엔지니어만 쓰는 산업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파피루스에 오면서부터 많은 분들이 쓰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거거든요. PDF-Pro 4.0에서 4.5로 업그레이드할 때는 거의 출산의 고통을 느꼈죠. 출시일도 기억해요. 201012 15. (웃음) 제가 개발에 참여한 프로그램이 홈페이지 자료실이나 일반 사용자의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흐뭇하죠. 특히 블로거가 좋은 평가를 해 주실 때.  

 

방지혜 연구개발팀의 업무에 적합한 자질이나 성향이 있나요? , 근성 같은?

 

유기완 근성보다는 개성이요. 가만 보면 연구개발팀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근성이야 자기가 개발자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것 같고요. 딱히 엄격하게 요구하는 사항은 없다고 봐요. 안 그래도 어려운 취업 시즌인데요. (웃음) 이 일은 즐겁게 개발하고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구개발팀 자체가 일을 즐기는 분위기이거든요. 연구개발팀은 2012년에도 채용 계획이 있어요. 내년에 이파피루스가 데자뷰 사업을 크게 하기 때문에 관련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거든요.



김성열 C랑 JAVA 개발자 간에 차이가 있나?

 

유기완 일단 앉은 자리에서 구분이 되요. (웃음) 왼쪽에는 C 개발자인 저와 장길호 과장, 정영일 대리가 앉아 있고, 오른쪽에는 JAVA 개발자인 김은영 대리와 아영 씨가 앉아 있죠. 묘한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C는 하드웨어에 가깝고, JAVA는 사람에 가깝다는. 그래서 JAVA 쪽이 더 사람 같아요. 좀 깔끔하고. (웃음)

 

김성열 JAVA 개발자는 ‘two (은영, 아영)’이네. ‘너무 젊다는 뜻에서 ‘too young’인가? (웃음) 개인적으로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유기완 저는 정영일 대리를 알고 싶어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저 나름대로 탐구해 봤는데, 정 대리는 제가 자기를 알려고 한다는 사실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고요. (웃음) 지난 번에 정 대리가 외부에 나갔을 때 사무실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지하철 가는 시간만큼 걸린다는 문자 받은 거, 제가 야머(yammer)에 올렸잖아요. 제 생각에는 정 대리가 연구개발팀에서 제일 솔직한 캐릭터 같아요. 생각한 대로 말하는데, 악의 없는 스타일.




박  훈 제가 아침에 출근해서 KMS에 들어 갔는데 정영일 대리가 쓴 독후감이 열 개가 올라와 있는 거예요. 하나씩 클릭해서 보고 있는데, 마침 사장님이 제 뒤에 서 계셨더라고요. 저는 그 사실도 모르고 혼자 웃고 있었고. (웃음) 사장님이 이게 뭐야?” 질문을 하시길래, “정 대리가 독후감 쓴 거다.” 했더니, “이게 뭐야!” 하시면서 그 길로 센터장님을 찾으시더라고요. (웃음)

 

김성열 이거 블로그에 올릴 때는 박훈 대리와 정영일 대리의 알력 싸움이라 해야겠다. 너 영일이 미워하는구나?

 

박  훈 그게 아니고요. (웃음)

 

김성열 그걸 왜 사장님 앞에서 열었냐는 게 문제야.

 

박  훈 제가 사장님 앞에서 연 게 아니라, 제가 열었을 때 사장님이 오신 거예요.

 

김성열 그러면 사장님이 잘못 하셨다는 거야?

 

박  훈 아닙니다. 그 뜻이 아닙니다.

 

유기완 박훈 대리가 ? 사장님 오신다!’ 하고 때마침 딱 연 거지.(웃음)

 

박  훈 내일 출근하자마자 무릎 딱 꿇고 있겠습니다.

 

유기완 확실한 건, 윗 분들은 아직까지 충격의 잔향이 남아 있을 텐데, 정 대리는 깔끔하게 잊어버렸을 거라는 거.


 

김성열 난 개인적으로 장길호 과장을 알고 싶어.

 

장길호 (웃음)

 

김성열 웃지마.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도 있거든. 지금 침샘에 침 고이고 있어. 아, 나 박훈 대리도 알고 싶어.

 

박  훈 전 세상에 관심이 없습니다.(웃음)


김성열 다들 취미는?

 

장길호 영화 DVD를 모아요. 영화 중에서는 <포레스트 검프>를 제일 좋아해요.

 

박  훈 전 게임.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반응해야 하는 거.

 

김성열 뽀글뽀글?

 

박  훈, 그런 건 발로. <스타크래프트><리얼사커> 같은 게임이요.

 

유기완 책 쌓아놓고 하루 종일 보기. 요즘에는 장길호 과장에게 영향을 받아서 미드 <24> 시즌 3 보고 있어요.

 

손아영 전 새로운 데 찾아 다니는 거 좋아해요. 혼자 가면 빵집 가고, 같이 가면 맛집 가고.



방지혜
팀장님, 일명 수첩왕자로 불리는 거 알고 계세요? 왜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시는지.

 

유기완, 알아요. (웃음) 첫 번째 직장에서 쓰던 것과 같은 종류의 수첩인데요. 그 때 사장님이 이것만큼 편한 수첩이 없다면서 전 직원에게 다 사서 나눠 주셨거든요. 써 보니까 편하더라고요. 제가 메모광은 아니예요. 점심을 먹다가도 갑자기 고객이나 센터장님께 전화가 올 때가 있는데,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기록을 해야 하니까. 지극히 필요에 의해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스마트폰에 기록하려면 좀 불편해요.

 

방지혜 아영 씨는 홍일점이잖아요. 대학 때도 컴퓨터학과를 전공해서 남성이 많은 환경에 익숙하다고 들었어요. 남성들 사이에서 일하거나 공부할 때, 여성으로서 느끼는 좋은 점, 나쁜 점이 있어요?

 

손아영 남자 분들 사이에서 일하면 오히려 제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홍일점이라고 딱히 돋보이거나 대접 받는 건 없어요. (웃음)

 

유기완 저번에 아영씨가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 머리 깎았네라고 해서 아영씨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마디 들은 적이 있어요. (웃음) , 여자한테는 머리 깎는다가 아니라 머리 자른다라고 해야겠다 생각했죠. 비슷한 얘기인데, 저번에 김진주 대리한테 오늘 젊어 보여요라고 했다고 쫑코 먹었어요. 전 그게 어려 보인다는 뜻인데. (웃음)

 

김성열 다들 10년 후에 뭐가 되어 있을 것 같아?

 

유기완 이파피루스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웃음) 좋은 개발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10년 후면 마흔 여섯인데, 그러면 아들이 열 네 살. 사춘기잖아요. 아들에게 자랑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친구 같은,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길 바라요. 아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볼까? 기대하고 있어요.

 

박  훈 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때가 되면 때에 따라 생각하는 성격이거든요. 현재는 개발을 하고 있으니까 개발 실력을 많이 키워야겠다고 다짐하지만, 향후에는 잘 모르겠어요. 철학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예요.

 


손아영
10년 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엄마? (웃음)

김은영 저도 이파피루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거다, 정도. 
 

김성열
장길호 과장은? 태권브이, 건담, 마흔 넷, 이런 거 말하면 안 돼.

 

장길호 부모님이 안성에서 소를 스무 마리 키우고 있는데요. 먹고 살 정도로 논 농사 지으면서. 그 때쯤 되면 시골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돕고 있지 않을까 해요.

 

김성열 그럼 파트너로 영농후계자 박준호 과장 소개시켜 줄게. , 두 달 전인가, 회사 내에서 박 과장이 배추를 1000 포기 심었다는 소문이 떠돌더라고. 그래서 내가 확인해봤더니, 150 포기라던데. 내가 400 포기 심었는데. 중간에서 누가 자꾸 막 부풀리나 봐.

 

유기완 씨를 천 개 뿌렸다고 한 거 아닌가? (웃음)

 

방지혜 이제 정리해야겠네요. 연구개발팀은 어떤 팀이 되고 싶으세요?

 

유기완 즐거운 팀. 그게 유일한 바람이예요.

 

방지혜 역시 간단하네요. 인터뷰가 잘 된 건지 통 모르겠어요.

 

김성열, 여기 말고 다른 팀부터 할 걸 그랬지?



 

* 글쓴이 : 방지혜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 대리)